돈은 단순히 종이로 된 지폐나 숫자로 된 자산이 아니다. 경제라는 생명체 속에서 돈은 ‘피’처럼 흐르며, 모든 산업과 가계, 정부, 시장을 연결하는 핵심 요소다. 돈이 돌지 않으면 경제는 마치 산소 공급이 끊긴 신체처럼 기능을 멈춘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도, 돈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실업이 늘고 생산이 멈추며, 소비는 급격히 줄어든다.
이번 글에서는 돈이 어떻게 경제를 움직이는지, 그리고 돈의 흐름이 멈출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양한 사례와 함께 살펴보자.
1) 돈은 흐를 때 의미가 있다 – 경제의 혈액 순환
돈의 순환은 마치 혈액의 흐름처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이 건강하기 위해선 심장이 지속해서 혈액을 온몸에 공급해야 하듯이, 경제도 소비자, 기업, 정부를 거쳐 돈이 끊임없이 순환해야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한 직장인이 월급을 받으면 식당에서 밥을 사 먹고 옷을 사고 병원에 간다. 이 돈은 식당 주인, 옷 가게 직원, 의사에게 전달돼 또 다른 소비와 투자의 씨앗이 된다. 이렇게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돈을 쓰고 벌고 다시 쓰는 순환 구조가 유지되면 경제는 활기를 띠게 된다. 반대로 돈이 한 곳에 정체되면 경제의 균형은 깨지고 경기 침체의 신호탄이 된다.
2) 돈이 돌지 않는 사회 –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사례
돈이 돌지 않는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당시 일본은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사람들과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 돈이 시중에서 돌지 않게 되었다. 은행에 예금은 늘었지만 대출은 줄었고 기업은 내부 유보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인건비나 설비에 투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민의 소득 증가율은 정체되었고 물가는 오르지 않으며 경제는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이처럼 돈이 돌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많이 찍어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일본의 사례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3) 소비가 줄면 기업도 멈춘다 – 자영업자의 현실
좀 더 현실적인 예로, 돈의 흐름이 막혔을 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동네 식당, 카페, 미용실 등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줄어든다. 매출이 줄어들면 점주는 직원 수를 줄이고, 재료를 덜 사거나 임대료 부담에 폐업을 고려하게 된다. 직원들은 실직하고 소득이 줄어 다시 소비를 줄이게 되며 이는 또 다른 가게나 기업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 국내에서 거리두기와 경기 위축이 겹치며 수많은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써 실업률 상승과 경기 위축이 동반되었다. 이 모든 것은 돈이 원활하게 돌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4) 정부의 역할 – 돈을 흐르게 만드는 정책
돈이 돌지 않을 때,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통해 돈의 흐름을 다시 살려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재정 정책’이다. 정부가 도로, 병원, 학교 같은 사회기반시설에 투자를 늘리면 공사에 참여한 기업과 근로자에게 돈이 들어가고 그 돈은 소비로 이어지며 다시 시장에 돈이 돈다. 또한 세금 감면이나 소비쿠폰,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정책도 국민이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자동차 산업에 공적 자금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실업을 줄이고 기업 파산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정책은 단순히 돈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순환을 살리는 혈액 수혈과 같다.
5) 우리도 돈의 흐름을 만든다 – 개인의 소비가 경제를 움직인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소비 하나하나가 사실은 경제의 순환을 일으키는 시작점이 된다. 커피 한 잔을 사는 것도, 택시를 타는 것도,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도 결국 해당 업종의 매출과 고용으로 연결된다. 물론 무분별한 소비는 문제가 되겠지만, 적절한 소비와 투자는 우리 주변의 일자리와 생산 활동을 유지하게 만든다. 경제가 위축될수록 정부와 국민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돈의 흐름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마치 물레방아처럼 어느 한 군데라도 멈추면 전체가 서듯이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모두 균형 있게 움직일 때만 경제는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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