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은 '신용'이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카드와 은행은 어떻게 이 거대한 신용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을까?
1) 신용이란 무엇인가?
신용(Credit)은 ‘상대방이 미래에 약속한 대로 갚을 것이라 믿고 지금 자원을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아직 존재하지 않는 돈을 미리 쓰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거래가 신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월급날 전에 쓰는 신용카드, 집을 살 때 필요한 대출, 심지어는 기업이 물건을 먼저 받고 나중에 결제하는 방식도 모두 신용에 의한 거래다. 신용은 경제를 빠르게 순환시켜 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2) 신용카드는 어떻게 작동할까?
신용카드는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다. 일종의 소액 대출 시스템이다. 소비자가 카드를 긁는 순간, 카드사는 대신 결제해 주고 나중에 청구서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소비자가 결제를 연체하면 이자 수익도 챙긴다. 신용카드 사용이 많아질수록 카드사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예를 들어, A 씨가 월급날 전에 10만 원짜리 신발을 카드로 샀다고 하자. 이때 카드사는 A 씨 대신 10만 원을 매장에 지불한다. 그리고 A 씨는 나중에 이 금액을 카드사에 갚는다. 갚는 게 늦어지면 이자가 붙는다. 이처럼 신용카드는 ‘내가 지금 없는 돈을 미리 쓰는 시스템’이며, 신용이 담보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다.
3) 은행 시스템과 예금 - 대출의 원리
은행은 단순히 돈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예금으로 받은 돈을 다시 대출해 수익을 창출한다. 이를 ‘부분 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라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은행에 1억 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일정 비율(예: 10%)만 준비금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9천만 원은 다른 사람에게 대출해 준다. 이렇게 대출된 돈은 또 다른 은행으로 들어가 예금이 되고, 다시 대출이 이루어진다. 이런 식으로 ‘신용 창출’이 발생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시로 설명하자면, 당신이 은행에 100만 원을 예금하고, 은행이 그중 90만 원을 친구에게 대출해 주었다고 해보자. 친구는 그 돈을 또 다른 은행에 예금하고, 그 은행은 다시 81만 원을 대출해 준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처음엔 100만 원이었지만 경제 속에서는 수백만 원의 ‘신용 자산’이 만들어진다.
4) 신용은 어떻게 평가되고 유지될까?
신용은 ‘신뢰’의 수치화이다.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신청을 할 때 금융기관은 ‘신용등급’ 또는 ‘신용점수’를 조회한다. 과거 연체 여부, 카드 사용 패턴, 대출 상환 기록 등이 반영되어 점수가 매겨지며, 점수가 높을수록 더 좋은 조건의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은행이 ‘이 사람은 믿을 만한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한국에서는 KCB와 나이스평가정보 같은 신용정보회사가 이런 점수를 관리한다. 또 미국에서는 FICO 점수가 대표적이다. 800점 이상이면 최우수, 600점 이하이면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핀테크 기업들도 빅데이터 기반으로 신용을 평가하며, 전통적인 은행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에서 신용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5) 신용 사회의 장단점과 위험성
신용 기반 경제는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동시에 위험도 크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신용에 의존하면 ‘빚’이 과도하게 쌓이게 되고, 이는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는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라는 신용 대출의 부실로 시작되었다. 수많은 사람이 빚으로 집을 사고, 그 집을 담보로 한 증권이 무분별하게 거래되면서 결국 시스템이 붕괴한 것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킹,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이버 보안 문제도 신용 시스템의 큰 위험이 되었다. 우리가 무심코 등록한 자동이체, 저장된 카드 정보, 심지어 AI가 판단하는 대출 승인까지, 모두 신용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개인은 신용을 관리하고 금융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현대 경제는 눈에 보이는 ‘현금’보다, 보이지 않는 ‘신용’으로 돌아간다. 신용카드 한 장, 은행 계좌 하나가 전 세계 금융망과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는 이미 이 신용 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자산, AI 신용 평가, 블록체인 기반 금융까지 확장될 이 세계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단 하나. 신용은 믿음이고, 그 믿음은 우리의 경제 활동을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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